사람은 넘치는데 왜 적자일까…LCC가 무너지는 진짜 이유_COBLE ARCHIVE 014
"고환율·공급 과잉·출혈 경쟁에 규제 역효과까지, 국내 LCC는 생존할 수 있을까"

공항은 다시 붐비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중국, 유럽까지 해외여행 수요는 팬데믹 이전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한민국 출입국자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일본 노선 여객 역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겉으로만 보면 저비용항공사, 그러니까 LCC에게는 더없이 좋은 시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적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많이 태웠는데 돈은 남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LCC들은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고, 일부 항공사는 대규모 손실과 재무 부담, 자본 훼손 우려까지 안고 있다. 이제 시장에서는 “수요가 살아나면 실적도 회복될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 LCC 업계를 흔드는 건 일시적인 악재가 아니다. 고환율과 고유가, 공급 과잉, 노선 중복, 특가 경쟁, 그리고 현실과 어긋난 규제까지 겹치며 산업 구조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여객 수요 회복이 축복이 아니라 경쟁 과열의 신호가 돼버린 셈이다.

1. FACT
숫자만 보면 항공 시장은 분명 살아났다. 지난해 국내 출입국자 수는 팬데믹 이전 최고치를 넘어섰고,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도 사상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겼다. 일본 노선 여객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LCC들은 일본 소도시 노선까지 확대하며 수요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공항은 분명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LCC 실적은 반대로 흘렀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주요 상장 LCC들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고, 3분기 기준 4개사 합산 영업손실 규모만 2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분기 합산 적자가 이 정도 규모를 넘겼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단순히 실적이 조금 나빠진 정도가 아니라, 업계 전반이 구조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런 부진이 수요 부진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 여행은 잘됐고, 해외여행 수요도 늘었다. 그럼에도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 말은 곧 수요 회복이 곧바로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2. STRUCTURE
지금 LCC가 처한 문제는 크게 네 가지가 맞물린 결과다. 비용 구조, 공급 과잉, 노선 편중, 그리고 가격 경쟁의 일상화다.
먼저 비용 구조를 보자. 항공사는 대표적인 달러 비용 산업이다.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항공유 등 핵심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같은 비행을 하더라도 원화 기준 비용이 더 커진다. 최근처럼 환율이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면 실적은 바로 압박받는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항공유는 원래도 비용 구조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인데, 고유가 국면에서는 수익성을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문제는 LCC가 이런 외부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는 화물 사업이나 유가 헤지 같은 방어 수단이 있지만, LCC는 재무 여력과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다. 특히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은 LCC는 고환율의 충격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매출은 원화로 들어오는데 비용 상당 부분은 달러로 나가니, 손익 구조가 쉽게 망가진다.
여기에 공급 과잉이 겹친다.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기대 속에서 항공사들은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들여오고 노선을 늘렸다. 문제는 거의 모든 회사가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 같은 인기 단거리 노선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노선 중복이 심해졌고, 결국 좌석을 채우기 위한 가격 인하 경쟁이 고착화됐다. 손님은 늘었지만 평균 운임은 낮아졌고, 특가 판매는 상시화됐다. 탑승객 수는 늘어도 이익률은 오르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노선 구조도 기형적이다. 국내 LCC의 인기 노선 상위권은 일본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일본 수요는 탄탄하지만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율을 웃돌면서 운임 방어가 어려워졌다. 동남아는 예전의 효자 노선이지만 최근에는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중국 노선도 회복세는 있지만 중국 항공사들의 공격적 공급 확대와 맞물려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결국 지금 LCC는 사람이 안 타는 산업이 아니라, 너무 몰려서 제값을 못 받는 산업이 됐다.

3. STRATEGY
이런 구조 속에서 LCC가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제는 더 싸게 파는 것보다, 어떻게 남기는 구조를 만드느냐가 핵심이 됐다.
첫 번째 해법은 효율화다. 단거리·단일 기종 중심의 전통적인 LCC 모델을 다시 강화하는 방식이다. 운항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노선을 줄이고, 기재 운용과 인력 운영을 더 정교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이 전략은 방어에는 유리하지만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
두 번째는 차별화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지금 국내 LCC들은 대부분 비슷한 인기 노선에 같은 방식으로 들어가고, 결국 특가 경쟁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브랜드도, 수익성도 남기 어렵다. 지역 관광과 연계한 패키지, 연령별 수요에 맞춘 노선 설계, 서비스 차별화, 지방공항 거점 전략, MRO 인프라와 연계한 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나 일본 피치항공 사례처럼 노선 그 자체가 아니라 항공사만의 브랜드와 연결 경험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포트폴리오 확장이다. 일부 항공사는 중·장거리 노선이나 화물 사업,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장거리 노선은 단순히 노선을 열었다고 되는 시장이 아니다. 기재, 정비, 인력, 판매망, 운영 경험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잘 되면 수익 구조를 바꿀 수 있지만, 잘못되면 손실 규모만 키운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 확대 이후 겪고 있는 성장통이 대표적이다.
지금 업계가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증편과 특가는 전략이 아니라, 때로는 손실을 늦추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
4. RISK
LCC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건 재무다.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동안 항공기 도입과 유지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부채비율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어떤 회사는 자산 매각과 자금 수혈로 버티고 있고, 어떤 회사는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같은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버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여기에 규제 변수도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독과점 방지 조건은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이상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괌 노선이다.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2019년 공급 좌석의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조건 때문에 일부 항공사들이 빈 좌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운항 편수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건 시장 원리와 정반대다. 수요가 줄어든 노선이라면 공급도 줄여야 정상인데, 규제가 오히려 공급 과잉을 강제한 셈이다. 그 결과는 더 심한 출혈 경쟁과 노선 철수, 그리고 특정 노선의 왜곡된 경쟁 구조다. 독점 방지를 명분으로 한 조치가 되레 항공사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장 질서를 더 비효율적으로 만든 것이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구조조정 지연이다. 현재 국내 LCC는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시장 규모에 비해 경쟁사가 너무 많으니 누구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통합 LCC 출범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7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하나로 묶이면 공급 조정과 노선 효율화, 가격 질서 회복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전까지는 지금 같은 과잉 경쟁이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5. COBLE’S VIEW
지금 LCC 위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수요는 살아났지만, 산업은 더 가난해졌다.
이건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다. 산업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예전의 LCC는 싸게 팔아도 남는 구조였다. 단거리 중심, 단일 기종, 빠른 회전율, 낮은 비용 구조가 그 공식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연료비는 올랐고, 환율은 높고, 경쟁사는 많고, 고객은 더 민감해졌다. 이런 환경에서 단순한 특가와 증편은 해법이 아니라 수익성 붕괴를 앞당기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살아남는 LCC는 크게 두 부류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극단적인 비용 효율을 유지하는 정통형 LCC다. 다른 하나는 장거리, 화물, 지역 연계, 브랜드 전략까지 붙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하이브리드형 항공사다. 그 사이 어정쩡한 포지션에 있는 항공사가 가장 위험하다. 비용은 늘었는데 프리미엄도 없고, 장거리도 없고, 화물도 약하고, 차별화도 없으면 결국 남는 건 가격 경쟁뿐이기 때문이다.
공항이 붐빈다고 항공사가 웃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시장은 “얼마나 많이 태우느냐”보다 “어떻게 남기느냐”를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LCC는, 수요 회복 국면에서도 적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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