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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_COBLE ARCHIVE 038

by 코블 아카이브 2026. 5. 20.

한국 축구는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_COBLE ARCHIVE 038
"한국 축구의 위기와 그 이유. 문제는 경기력이 아니라, 팬들이 마음을 접기 시작했다는 사실"


한국 축구는 국민적 이벤트였다. A매치가 열리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가득 차는 것이 당연했다. 대표팀 경기는 가족과 친구가 만나 함께 보는 콘텐츠이자 이벤트였고, 월드컵은 거리응원과 함성, 추억으로 기억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매진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던 A매치는 더 이상 관객이 예전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화제를 모았던 브라질전도 매진에 실패했고, 파라과이전 관중은 역대 최저 수준인 2만2206명에 그쳤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가 3만 명을 넘기지 못한 것은 2015년 자메이카전 이후 10년 만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숫자들이 단순한 일회성 부진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2023년 168억 원을 넘겼던 대한축구협회의 A매치 티켓 수익은 2024년 123억 원대로 떨어졌다. 예매율 역시 2023~2024년 95% 수준에서 2025년 78%로 내려갔다. 관계자들도, 팬들도 한국 축구의 위기를 입에 올리고 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정말 위기에 들어선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까.

 


01. FACT : 대표팀 인기는 아직 있지만, ‘무조건 매진’의 시대는 끝났다

한국 축구의 선수 경쟁력은 과거보다 향상되었다.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올 스타급 선수들은 더 많아졌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층은 어느 때보다 두텁다. 월드컵 본선 진출도 더 이상 기적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가능한 성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도 팬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이제 팬들은 “대표팀 경기니까 간다”가 아니라 “상대가 누구인지, 볼 이유가 있는지, 돈과 시간을 쓸 만한지”를 따진다. A매치가 더 이상 자동 매진 상품이 아니게 된 것이다.

 

 

02. STRUCTURE :한국 축구는 왜 ‘이벤트형 스포츠’가 됐나

한국 축구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대표팀 의존도다. K리그의 성장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고, 리그에 대한 소비가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월드컵이나 한일전, 브라질전처럼 큰 이벤트가 있을 때에 쏠려있다.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일상과 리그의 저변으로 확대하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경쟁 스포츠라고 불리던 프로야구, KBO 리그는 매일 열리는 리그 경기 자체가 하나의 생활 콘텐츠가 됐다. 한국인들에게 야구장은 이제 더 이상 경기만 보는 곳이 아니다. 응원, 음식, 굿즈, 인증샷, 선수 서사, 지역 팬덤이 모두 결합된 복합 콘텐츠로 소비된다.

반면 축구는 여전히 결과 중심 소비가 강하다. 이기면 뜨겁고, 지면 식는다. 상대가 브라질이면 보러 가지만, 파라과이면 가지 않는다.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이나 축구협회 불신이 겹치면서, 대표팀을 통한 동력은 더 줄어들고 있고, 그 과정에서 축구와 리그에 관심을 보이던 '라이트 팬'들은 더 쉽게 발을 빼게 된다.

프로 야구 리그처럼 경기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 종합적인 문화로 만드는 것에도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성'의 한계와 대표팀을 통한 동력의 약화가 만나게 된 것이다.


즉 한국 축구의 문제는 “축구를 못해서”만이 아니다. 축구를 계속 소비해야 할 명분도 이유도 줄어든 것이다.

 

 

03. STRATEGY : 다시 사랑받으려면 ‘대표팀 흥행’이 아니라 ‘축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축구가 다시 사랑받으려면 월드컵 성적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물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관심은 다시 올라갈 것이다. 정몽규 회장 역시 월드컵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축구가 회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축구협회의 신뢰 회복이다.
클린스만 선임 논란,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정몽규 회장 체제에 대한 불신은 단순 행정 문제가 아니다. 팬들은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이 피로감은 대중들에게도 전이되어 있다. 이 신뢰의 상실은 팬들과 대중들이 대표팀을 응원하면서도 협회에는 등을 돌리게 만든 핵심 원인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출처 : 연합뉴스



둘째, K리그의 콘텐츠화다.
경기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수 캐릭터, 지역 서사, 숏폼, 유튜브, 팬 경험, 굿즈, 직관 문화가 함께 살아야 한다. 팬은 이제 경기만 소비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소비한다.

셋째, 손흥민 이후의 구조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상징이지만, 한 선수에게 지나치게 기대는 구조는 위험하다. 다음 세대 스타를 만들고, 그 스타들이 K리그와 대표팀의 서사로 연결돼야 한다.

 

04. RISK : 진짜 위험한 건 비판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한국 축구 팬들은 아직 화를 낸다. 감독 선임을 비판하고, 협회 행정을 비판하고, 경기력을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팬들에게 여전히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짜 위험한 건 “이제 안 본다”는 반응이다. 최근 평가전이 열린 줄도 몰랐다는 사람이 늘고, 대표팀 패배를 바라는 냉소적 반응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안티 정서가 아니다. 팬들이 대표팀과 감정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아직 K리그가 자리 잡았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의 인기가 무너지면 한국 축구 전체 생태계도 흔들릴 수 있다. 후원, 중계, 티켓, 유소년 관심, K리그 유입까지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위기는 경기장 안보다 경기장 밖에서 더 깊어지고 있다.

 

05. COBLE’S VIEW : 한국 축구는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 다만 ‘국대 버프’만으로는 안 된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스타가 있고, 월드컵이라는 강력한 이벤트가 있으며, 축구 자체에 대한 국민적 추억도 생생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팬들은 예전처럼 무조건 따라오지 않는다. 돈을 쓰고, 시간을 쓰고, 경기장까지 가야 할 이유를 원한다. 협회가 신뢰를 주지 못하고, 리그가 일상 콘텐츠가 되지 못하고, 대표팀이 스타 한두 명에게만 의존한다면 한국 축구의 인기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축구가 다시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건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신뢰받는 행정, 매력적인 리그, 소비할 만한 서사, 그리고 팬을 존중하는 태도가 모두 요구되는 시점이다.

손흥민의 시대는 언젠가 끝난다. 그리고 그 언젠가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도 한국 축구가 사랑받으려면, 이제는 스타가 아니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KBO의 성장과 흥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확인해보세요.

https://coblearchive.tistory.com/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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