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디메크르디의 상장 할인…피스피스스튜디오, 1조→3000억으로_COBLE ARCHIVE 021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밸류 하락은 단순한 시장 냉각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가 아닐까"

1. FACT
피스피스스튜디오는 "마르디 메크르디"를 앞세워 국내 패션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 기업 중 하나였다. 플라워 그래픽과 로고 플레이, 비교적 진입하기 쉬운 가격대, 해외에서 통하는 비주얼 정체성을 앞세워 2020년대 초반 강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2020년 이후 매출은 가파르게 뛰었고, 프리IPO 국면에서는 기업가치 1조원 안팎이 거론될 정도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상장 직전 시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갔고,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9000원~2만15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693억~3048억원으로 제시됐다. 한때 기대되던 몸값의 3분의 1 수준이다.
숫자만 놓고 봐도 투자심리가 왜 식었는지 알 수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영업이익은 282억원에서 167억원으로 40% 넘게 줄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오히려 역성장했고,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줄었다. 그동안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잘 팔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지속해서 커질 수 있는 회사”였는데, 상장 직전에 성장 둔화와 이익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더 직접적인 경고등은 주력 브랜드에서 확인된다. 마르디 메크르디 우먼 라인 매출은 2024년 1012억원에서 2025년 959억원으로 감소했다. 키즈, 애슬레저, 슈즈 등 파생 라인이 일부 방어에 성공했지만, 핵심 엔진이 꺾였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패션 기업에서 주력 라인의 역성장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피로도와 수명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상장 구조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총 공모 물량 중 일부는 구주매출이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판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 비중도 40%를 웃돈다. 시장에서는 이를 오버행 부담으로 받아들인다. 더구나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과거 구주를 매입한 가격보다 낮은 공모가 밴드를 제시한 점도 상징적이다. 주관사조차 손실을 감수하며 몸값을 낮춘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피스피스스튜디오를 둘러싼 핵심 팩트는 분명하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성장률은 둔화했고, 이익은 줄었으며, 상장 구조는 투자자 친화적이지 않다. 시장이 밸류를 낮춘 건 단순히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숫자와 구조가 동시에 나빠졌기 때문이다.
2. STRUCTURE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밸류 하락을 단순히 “브랜드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로 설명하면 부족하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성장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원래 무신사와 29CM 같은 플랫폼 기반에서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다. 플랫폼은 트래픽과 발견 가능성을 제공했고, 브랜드는 시그니처 그래픽과 감도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초기에는 이 조합이 매우 강력했다.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판매가 늘어나는 구조였다.
그런데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이후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몰 중심 D2C로 전환하는 선택을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D2C는 매력적인 전략이다. 중간 수수료를 줄이고,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브랜드 서사를 더 강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사몰 매출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플랫폼이 대신해주던 고객 유입, 마케팅 효율, 운영 인프라, 판매 노하우를 이제 브랜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피스피스스튜디오가 맞닥뜨린 것도 바로 비용 구조다. 자사몰 매출은 급증했지만 광고선전비는 수년 사이 4배 이상 늘었고, 인건비 역시 급증했다. 해외 D2C 확장, 중국 직진출 전환, 현지 마케팅 확대까지 겹치며 고정비가 빠르게 불어났다. 성장률이 두 자릿수 이상일 때는 감당 가능한 구조처럼 보였지만, 브랜드 성장세가 둔화되자 이 비용은 그대로 수익성 압박으로 돌아왔다.
D2C 전략의 일관성에도 금이 갔다. 무신사에서 퇴점한 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크림, W컨셉 등 다른 플랫폼에 다시 입점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매출 확보를 위한 현실적 대응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플랫폼 독립”보다는 “전략 혼선”으로 읽기 쉽다. D2C 철학을 내세웠지만 결국 다시 플랫폼에 기대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실제 유통 행보가 충돌하면, 투자자는 철학보다 불안정을 먼저 본다.
즉 피스피스스튜디오의 구조적 문제는 브랜드 둔화 그 자체보다, 플랫폼 기반 고속 성장 이후 D2C로 급전환하면서 높아진 비용 구조를 감당할 만큼 강한 브랜드 체력과 포트폴리오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3. STRATEGY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전략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르디 메크르디를 하나의 히트 브랜드에서 패션 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우먼 라인을 중심으로 키즈, 애슬레저, 슈즈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자사몰과 해외 D2C를 키우고, 신규 브랜드까지 붙이며 멀티브랜드 구조를 만들려 했다.
이 전략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실제 많은 브랜드 기업이 단일 히트 상품이나 대표 브랜드를 기반으로 확장에 나선다. 문제는 속도와 순서, 그리고 성공 확률이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가장 강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을 때 빠르게 확장을 시도했지만, 아직 두 번째 성장축이 충분히 자리잡기 전에 비용부터 커진 측면이 있다.
신규 브랜드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파운드오브젝트, 오픈디스아이디어 등은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하지 못했고, 일부 브랜드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희미하다. 월스나 베이컨트 아카이브처럼 가능성을 보이는 시도도 있지만, 현재 회사 전체를 지탱할 정도는 아니다. 결국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마르디 메크르디에 의존한다.
해외 전략도 비슷하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은 분명 필요한 수순이지만, 중국에서 라이선스 사업을 철수하고 직진출로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다. 해외 매출이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늘지 못한 것도 시장에서는 부담으로 본다. 해외 스토리는 IPO 시장에서 매력적인 키워드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가능성”보다는 “검증 부족” 쪽에 가깝다.
상장 전략도 투자자를 설득하는 방식보다는 자금 조달과 이해관계 조정에 더 가까워 보인다. 공모자금 일부는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인데, 이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성장 투자보다 기존 재무 부담 관리 성격이 섞여 있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 구주매출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은 “회사를 키우기 위한 상장”인지, “기존 주주들의 일부 회수까지 감안한 상장”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피스피스스튜디오 전략의 핵심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실행의 설득력이다. 브랜드 확장, 해외 진출, D2C 강화 모두 가능한 전략이지만, 지금 시장은 그것들이 이미 효과를 냈는지 묻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답은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에 가깝다.
4. RISK
현재 피스피스스튜디오가 안고 있는 리스크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단일 브랜드 의존, 수익성 둔화, 상장 구조 부담, 브랜드 철학 훼손이 서로 연결돼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역시 단일 브랜드 의존도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여전히 강한 브랜드지만, 동시에 회사 전체가 플라워 그래픽과 로고 플레이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패션 시장은 유행 주기가 짧고 소비자 피로가 빠르다. 마르디 메크르디가 잘될 때는 이 집중도가 강점이었지만, 브랜드 피로가 오기 시작하면 오히려 회사 전체 리스크로 번진다. 실제 시장에서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뗑킴 등 경쟁 브랜드들이 더 큰 외형을 확보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둘째는 피크아웃 리스크다. 투자자들은 실적 둔화를 일시적 조정으로 볼지, 정점 통과로 볼지에 따라 기업가치를 완전히 다르게 평가한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매출 성장률 둔화, 주력 라인 역성장, 영업이익 급감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 조합은 IPO 시장에서 가장 경계받는 신호 중 하나다.
셋째는 상장 구조 리스크다.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구주매출에 나서는 점은 투자심리를 해친다. 회사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체가 상장 시점에 일부 현금화에 나선다는 것은 “지금 가격이 충분히 높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40%를 넘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잠재 매도 물량이 많다는 것은 상장 후 주가 흐름을 불안하게 만드는 대표적 요인이다.
넷째는 주관사 이해상충과 밸류 설득력 문제다. 미래에셋증권은 과거 더 높은 가격에 구주를 매입했는데, 이번 희망 공모가 밴드는 그보다 낮다. 이는 곧 시장이 과거 기대 밸류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관사가 공모가를 지키려 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IPO에서는 숫자만큼 구조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 지금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그 부분에서 점수를 잃고 있다.
다섯째는 브랜드 철학과 유통 전략의 충돌이다. D2C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 다시 입점한 모습, 오픈마켓에까지 유통망을 넓힌 모습은 단기적으로는 매출 확보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일관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패션 브랜드는 제품만이 아니라 태도와 맥락을 판다. 그 맥락이 흔들리면 밸류 할인은 불가피하다.
5. COBLE’S VIEW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밸류 하락은 단순한 공모 시장 침체의 결과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상장 시장이 사랑한 브랜드”가 “상장 시장이 요구하는 기업”으로 넘어가는 데 실패하고 있는 과정에 가깝다.
비상장 시장에서는 스토리가 밸류를 끌어올린다. 빠른 성장, 강한 브랜드, 해외 확장 가능성, 팬덤, 감도 높은 IP가 핵심이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이 구간에서 매우 매력적인 회사였다. 하지만 상장 시장은 훨씬 냉정하다. 성장의 지속 가능성, 포트폴리오 다변화, 비용 구조, 주주 친화성, 그리고 상장 이후의 수급 부담까지 본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이 질문들 앞에서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D2C 전략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D2C는 플랫폼 수수료를 줄이는 멋진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높은 운영 역량과 비용 통제가 필요한 구조다. 브랜드가 가장 강할 때는 D2C가 레버리지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열기가 식기 시작하면 D2C는 가장 먼저 고정비 압박으로 돌아온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바로 그 전환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마르디 메크르디는 인지도가 높고, 해외와 신규 라인 확장 여지도 있다. 다만 시장이 예전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줄 이유도 약해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때 잘나갔다”는 서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커질 수 있다”는 증거다. 그 증거는 결국 두 번째 성장축, 안정적인 해외 성과, 더 일관된 유통 전략, 그리고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장 구조에서 나와야 한다.
결국 피스피스스튜디오가 맞닥뜨린 문제는 브랜드의 유명세가 아니라 기업의 설계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여전히 유명하지만,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이제 “잘 팔리는 브랜드 회사”를 넘어 “오래 갈 수 있는 상장 패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이 밸류를 낮춘 이유는 그 질문에 아직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피스피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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