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의 상징이던 유니클로는 왜 다시 선택받는가_COBLE ARCHIVE 049

노재팬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던 유니클로가 다시 1조 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유니클로의 부활은 불매운동이 끝났다는 의미를 넘어, 제품력과 운영 시스템이 감정 소비를 이겨낸 사례로 해석된다.
01. FACT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6년 5월 22일, 유니클로는 서울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위치는 명동 8나길 38,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호텔 1~3층이다. 총면적 3,254.8㎡, 약 1,000평 규모로 지상 3층에 걸쳐 조성됐다. 전 세계 20곳 미만에만 존재하는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중 하나다.
명동은 유니클로에게 상징적인 장소다. 2021년 1월, 노재팬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명동중앙점이 문을 닫았다. 그 명동에 5년 만에 초대형 매장을 열고 돌아온 것이다.

실적 흐름은 이미 회복을 증명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한국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는 2019년 노재팬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회계연도 매출 1조 3,781억 원은 FY2020에 6,298억 원으로 54.3%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994억 원, 매장 수는 190여 개에서 126개까지 줄었다.
반전은 그 이후부터다. FY2022 매출은 30.9% 증가한 9,219억 원, FY2023 영업이익은 1,413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회복됐다. FY2024(2023년 9월~2024년 8월)에는 매출 1조 601억 원을 달성하며 2019년 이후 5년 만에 1조 원대에 복귀했고, FY2025(2024년 9월~2025년 8월)에는 매출 1조 3,524억 원, 영업이익 2,70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7.6%, 81.6% 성장했다. 2년 연속 1조 원대, 영업이익률은 20% 안팎으로 노재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재팬의 대표 피해 브랜드였던 유니클로는 이제 한국 SPA 시장의 강자로 완전히 복귀했다.
02. STRUCTURE
유니클로의 회복을 단순히 "노재팬이 끝났다"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시간이 지나며 약해졌지만, 모든 일본 브랜드가 유니클로처럼 회복한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게 약해졌고, 소비자 기억에서 멀어졌다. 유니클로의 회복에는 다섯 가지 구조적 원인이 함께 작동했다.

첫 번째는 대체 불가능한 기능성 제품이다.
소비자가 유니클로를 찾는 이유는 일본 브랜드라서가 아니다. 히트텍, 에어리즘, 울트라라이트다운, 퍼프테크 같은 기능성 제품군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들은 계절별로 반복 구매가 발생한다. 겨울에는 히트텍, 여름에는 에어리즘, 간절기에는 경량 패딩을 찾는다. 에프알엘코리아도 "계절별 대표 제품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고 직접 밝혔다.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감정적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는 다시 실용성을 따진다. 대체하기 어려운 상품이 있다면 브랜드는 다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니클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했다.
두 번째는 SPA 시장 전체가 커졌다는 점이다.
노재팬 이후 국내에서는 탑텐, 스파오, 에잇세컨즈,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토종 SPA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했다.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국내 브랜드들은 가성비 의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성장은 유니클로에게도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SPA라는 카테고리에 더 익숙해졌다. 합리적 가격, 빠른 상품 회전, 기본 아이템 중심의 소비가 보편화됐다. 국내 브랜드의 성장은 유니클로를 완전히 대체한 것이 아니라 SPA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운 측면이 있다. 다시 들어온 유니클로는 그 수혜를 함께 누렸다.
세 번째는 고물가 소비 환경이다.
소비자는 패션에서도 더 신중해졌다. 비싼 브랜드보다 자주 입을 수 있는 기본 의류,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찾는다. 명품과 유사한 디자인·품질을 훨씬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이른바 '듀프(Dupe)' 소비가 유니클로 U라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니클로는 유행을 강하게 타는 브랜드라기보다 일상복 브랜드에 가깝다. 기본형 셔츠, 팬츠, 이너웨어, 기능성 소재에 집중하는 라이프웨어 전략은 고물가 시대에 오히려 강점으로 작동했다.
네 번째는 운영 시스템의 힘이다.
유니클로는 단순 의류 브랜드가 아니다. 기획, 생산, 물류, 재고, 매장 운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글로벌 SPA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제품 라인업은 단순하지만 회전율이 높고, 시즌별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가 정교하다. 노재팬 시기 매장을 줄인 것도 단순 철수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이었다. 이후 수요가 검증된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기존 점포를 리뉴얼하는 스크랩앤빌드 전략으로 전환했다. 매장 수가 126개까지 줄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외형이 아닌 효율로 회복한 셈이다.
다섯 번째는 일본 소비문화의 회복이다.
엔저와 함께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 일본 맥주, 일본 음식, 일본 패션, 일본 리테일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다시 확산됐다. 유니클로 역시 이 흐름 안에 있다.
결국 유니클로의 회복은 감정의 변화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체 불가한 기능성 제품, SPA 시장 성장, 고물가 소비 트렌드, 운영 효율, 일본 소비문화 회복이라는 다섯 개의 구조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03. STRATEGY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선택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핵심 상권 재진입이다. 명동점 재오픈은 단순한 매장 출점이 아니다.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상징적 선언이다. 명동은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모이는 대표 상권이다. 이곳에 전 세계 20곳 미만의 글로벌 플래그십을 배치한 것은 한국을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재정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본, 미국, 중국에만 존재하던 형태였다.
두 번째는 경험형 매장이다. 과거 유니클로 매장은 기본 의류를 빠르게 구매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명동점은 다르다. 커스터마이징 UT존, 여성 이너웨어 전용 피팅룸, 리유니클로 스튜디오, 1950년대 명동 사진 전시, 로컬 브랜드 협업 메뉴 단독 판매까지 지역 상권과의 상생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계산대 42대, 피팅룸 54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서비스 인프라도 갖췄다. O4O(Online for Offline) 픽업 서비스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즉시 세금 환급(택스리펀)도 운영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세 번째는 제품 라인업 고도화다. 히트텍과 에어리즘 같은 기본 기능성 제품군을 유지하면서도 유니클로 U, C컬렉션, JW 앤더슨, 질샌더, 엔지니어드 가먼츠, 니들스 등 협업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협업 제품들은 출시 당일 오픈런과 완판을 기록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정가 이상에 거래된다. 기본 제품으로 대중을 확보하고 협업 제품으로 브랜드 감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가격은 합리적으로 유지하되 경험과 감도는 높인다. 이것이 유니클로가 가성비 브랜드에 머물지 않으려는 방식이다.

04. RISK
유니클로의 회복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외부 경쟁뿐 아니라 구조 안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리스크가 동시에 쌓이고 있다.
첫 번째는 로열티 구조 문제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은 화려하지만 내부 수익 구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에프알엘코리아가 FY2024에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 재팬에 지급한 로열티는 873억 원으로, 전년(194억 원) 대비 351% 급증했다. 여기에 배당금 1,800억 원까지 합산하면 한국에서 번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이 1,321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이 본사로 나간 셈이다. FY2025 영업이익률이 20%로 오른 배경에는 실적 성장도 있지만, 로열티 급증이 일시적 요인이었다는 회사 측 해명도 있다.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내 재투자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경쟁 심화다.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국내 SPA 브랜드들은 빠르게 성장했고 유니클로 복귀 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5년 매출 약 4,700억 원을 기록하며 5년 새 5배 성장했고, 2026년 매출 1조 원을 목표로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명동 상권만 봐도 유니클로 인근에는 스파오, 탑텐, 무신사 스토어가 자리한다. 유니클로는 돌아왔지만 예전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는 어렵다.

세 번째는 C커머스와 초저가 패션이다.
쉬인,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플랫폼은 초저가 의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품질과 기능성을 강점으로 하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더 저렴한 대안이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10~20대 소비자층에서 C커머스의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네 번째는 정치적 변수다.
노재팬은 약해졌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일 관계는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고, 일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정서는 정치·외교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유니클로가 이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유니클로의 과제는 회복이 아니라 유지다. 2년 연속 1조 원대 매출을 만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로열티와 배당 구조 속에서 얼마나 국내 재투자와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느냐다.

05. COBLE'S VIEW
유니클로의 회복은 노재팬의 실패가 아니다. 브랜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는 감정으로 브랜드를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품을 본다. 가격을 보고, 품질을 보고, 편의성을 본다. 그리고 대체하기 어려운 상품이 있다면 돌아온다. 유니클로가 회복한 이유는 일본 브랜드라서가 아니다. 히트텍과 에어리즘이라는 반복 구매 상품이 있었고, 정교한 글로벌 SPA 시스템이 있었으며, 매장을 줄이면서도 점포당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운영 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에 얼마나 남기고 있는가.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과 급증한 로열티는 회복의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긴장이다. 명동 플래그십이 상징하는 자신감이 진정한 한국 시장 투자로 이어질지, 아니면 글로벌 수익 회수 구조의 일부로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노재팬 이후 살아남은 것은 일본 브랜드가 아니었다. 대체할 수 없었던 브랜드였다.
브랜드는 감정으로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살아나는 브랜드는 결국 제품과 시스템을 가진 브랜드다.
#유니클로 #노재팬 #에프알엘코리아 #SPA브랜드 #패션산업 #유니클로명동점 #히트텍 #에어리즘 #라이프웨어 #탑텐 #스파오 #무신사스탠다드 #브랜드전략 #리테일전략 #오프라인매장 #소비트렌드 #패션비즈니스 #글로벌플래그십 #로열티구조 #코블아카이브
'BUSINESS ANALY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종원 복귀는 성공할 수 있을까_COBLE ARCHIVE 052 (0) | 2026.06.15 |
|---|---|
| 커피는 왜 더 싸지거나 더 비싸지고 있을까_COBLE ARCHIVE 050 (0) | 2026.06.14 |
| 노랑통닭은 왜 팔리지 않았을까_COBLE ARCHIVE 048 (1) | 2026.06.07 |
| 수제맥주 시장은 왜 무너졌는가_COBLE ARCHIVE 043 (1) | 2026.06.02 |
| 일본 맥주는 왜 다시 선택받는가_COBLE ARCHIVE 041 (1) | 2026.06.01 |